안철수 포스터 기록 디자인 생각

[선거와 선거포스터로 본 예술과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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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말을 더하게 되서 좀 그런데... 디자인이 그 자체로 논란이 될 일이 별로 없어 이번 논란이 디자인을 공부할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해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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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미적 활동은 예술과 디자인으로 양분되어 불리는데, 요즘은 두 분야의 행위자와 활동 자체가 거의 유사해 구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여전히 몇가지 사회적 역할과 가치에 있어 경계가 있다. 특히 이번 선거포스터에서 그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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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선거는 인물이 우선이다. 공약이나 정당 등 다른 가치들은 부차적이다. 때문에 선거포스터는 후보자 정보를 최대한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얼굴을 크게하고, 숫자기호와 이름 같은 요소를 강조하는 포스터가 디자인된다. 이런점에서 문재인 등 다른 후보들은 전형적인 선거포스터 공식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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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선거에 특이한 포스터가 하나 나왔는데 바로 안철수 포스터이다. 물론 앞선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뭔가 다른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익숙하고 전형적인 형식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유독 눈에 띈다. 어떤 분에게는 재밌고, 신선하지만 어떤 분에게는 불편하고 거슬린다. 어떤 분들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무위(無爲) 또한 적극적 위(爲)라는 점에서 굳이 언급을 피하는 것도 재밌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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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예술을 보통 아방가르드(전위)라 말한다. 쉽게 말하면 형식파괴이다. 사회학자 맑스 식으로 말하면 혁명이요, 경제학자 슘페터 식으로 말하면 '창조적 파괴' 즉 새로운 규범을 창출하기 위한 혁신이다. 예술은 이 혁명, 혁신의 첨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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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포스터가 디자인공식에 적절하게 부합한 디자인이라면, 안철수 포스터는 익숙한 공식(형식)을 깬 예술이라 부를수 있다. 포스터 그 자체가 미적인 측면에서 인정받기 못하기에 '키치 예술'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가볍고 만만한 키치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을 논란에 끌어드리며 파괴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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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포스터와 안철수 포스터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지키려는 보수와 바꾸려는 진보, 이들은 각각 진보(문재인)와 보수(안철수)를 대표하는데 정작 포스터는 역할이 뒤바뀐 상태다. 더구나 문재인은 정권교체(기존체제의 유지)를 표방하고, 안철수는 새정치(기존체제의 파괴)를 표방한다. 언(言)과 행(行)이 뒤바뀌고 엉켜 묘한게 뒤틀어져 있는데, 우리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이것이야 말로 사회적 키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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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선거포스터에서 디자인과 예술의 묘한 대비를 재확인한다. 디자인은 지키려는 자요, 예술은 바꾸려는 자다. 디자인은 기득권적이며 보수적이다. 예술은 이 틀을 파괴하고 비틀어버리려 한다. 두 미적활동의 간극에서 오는 낙차는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우리는 '이중의 운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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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모두 불편하다. 두 미적활동은 전형적인 근대적 산물, 자본주의의 첨병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거대한 자본이라는 극장에서 이 연극을 구경하고 있는 셈이다. 구경이 끝나면 찾아오는 그 허전함은 늘 망각된다. 이 허탈을 달래기 위해 더 자극적인 구경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런 것을 문화자본이라 부르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하고나면 그저 씁쓸할 뒷맛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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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 보다가 어느 폐친께서 올린 사진을 보고 생각난건데, 선거포스터에서 후보자 얼굴 빼고, 유권자 얼굴을 넣어 해당 후보에게 원하는 공약을 말하거나 사진찍는 퍼포먼스 하면 재밌을듯. #저는광고천재가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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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전문성이라는게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만 디자인을 하고 있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의견을 말씀드리면... 사람들은 억지웃음 같은 디테일한 표정보다 몸동작 같은 전체적 맥락을 더 잘 기억합니다. 세잔의 그림처럼요. 이런점에서 일단 현장 사진을 사용한 아이디어는 돋보입니다. 두 손을 든 모습도 힘있어 보이고요. 안철수 입장에서 당이름을 뺀 것은 좋은 전략이고, 이름을 상단에 배치한 것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좌측 상단에서 우측 하단으로 흐르는 시선의 흐름도 안정되고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완성도가 많이 떨어져서 이런 장점들을 잘 살리지 못하네요. 그런데 (그가 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이제석 인터뷰를 보니 이런 말들이 없어, 의도한 것인지 우연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또 포스터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잘 보이지 않네요. 그런데 이 우연과 모호함이 스스로 이슈를 만들고 전체 맥락을 뒤흔들고 있어 지켜보고 있습니다. 옳고/그름은 과거의 문제고, 좋고/싫음은 당장의 문제지만, 잘함/못함은 사후적 문제입니다. 옳고/그름의 미적 가치 기준이야 깨지라고 있는 것이고, 좋고/싫음은 취향이니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것은 잘함/못함이겠죠. 게다가 본래 디자인이라는게 사용되면서 그 가치가 발휘되는 것이니까요. 대선이 끝나보면 알겠지요. 만약 안철수가 된다면 선거 포스터는 대변혁이 일어날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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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서 가끔 간과되는게 있는데,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창작적 결과물이 아니다. 클라이언트랑 사용자랑 함께 만드는 과정이자 산물이다. 그러니까 이제석은 안철수 포스터의 한 요소일 뿐이고, 그 포스터는 디자인'된'게 아니라 지금 디자인'되고' 있는 과정이다. 결과는 대선이 끝나봐야. ㅎㅎ

덧글

  • 2017/04/18 18:5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4/19 15:5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4/19 16: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4/19 18:0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킹왕짱 2019/10/07 09:41 # 삭제 답글

    안철수, 7년 만에 책을 썼더라고요~
    정치 이야기가 아닌 달리기 이야기인데, 달리기 좋아하는 1인으로 내용이 궁금하긴 하더라고요.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라는 제목이던데 부디 달리기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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