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량 긴 생각

연말(혹은 연초)가 되면 종종 한해 동안 읽었던 책(혹은 읽을 책)들의 목록이 등장한다. 십여권 정도 되면 유심히 보고 참고한다. 50권이 넘어 100권 정도 가면 그냥 지나친다. 일년에 50권을 넘겨 읽는다는 정말 쉽지 않다. 일년이면 53~54주인데 한 주에 한권씩 읽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만화책은 하루에도 수십권 읽을 수 있고, 가벼운 책은 2~3일에 한권 정도 읽을 수 있다. 이런 책은 읽고 나서 크게 남는 것이 없다. 게다가 일주일 정도 지나면 기억에서 모두 증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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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독서의 의의가 있는 책은 최소 일주일 걸린다. 내 경우 책을 항상 곁에 두고 최선을 다해 읽는데, 하루 독서량은 약 2~3시간 남짓이다. 보통의 경우 일주일 정도, 좀 어렵고 두꺼우면 2~3주가 걸리기도 한다. 집에서는 육아 및 집안일을 병행하느라 다소 가벼운 책도 2주정도는 훌쩍 넘긴다. 책을 펼치고 몇장 못넘겨 자는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요즘은 무선이어폰을 구입해 주로 인강을 듣는다. 근데 아이가 자꾸 빼앗아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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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달을 보면 4~5권 정도의 책을 본다. 물론 죽어라 읽으면 8~10권정도도 가능하다. 그러면 하루에 최소 5~6시간은 독서에 할애해야 한다. 과연 일반 직장인-생활인에게 이런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2년전까지 약 3년간 공부에 한참 물이 올랐는데 이때 하루 독서량은 8~10시간 정도였다. 이때도 죽어라 읽었는데 한달에 10권을 넘긴 적은 없다. 책이 좀 어려웠던 탓도 있고, 약 10여년 디자이너로 살아온지라 텍스트에 익숙치 않은 탓도 있는듯 하다. 아무튼 나는 "한달에 20권을 본다"는 말을 잘 믿지 않는다. 그건 나로선 불가능의 영역이요, 그런 사람들은 초인에 가깝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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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은 30분 동안 책을 보고, 1시간을 생각한다고 하셨다. 물론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터득한 방법이렸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하셨다고 본다. 공자님도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하셨는데, 신영복 선생님은 그 실천을 적절하게 잘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분의 글을 보면 깊이 여부를 떠나 생각에 균형이 잡혀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간다. 내 경우도 초기 가라타니 고진 책을 읽을 때, 한 단락을 읽고나면 생각이 많아져서 더이상 독서가 진행되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길어졌기에 약 300p 분량의 책도 한달이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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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듯 싶다. 내 생각에 한주에 한권씩 읽은 것은 무리다. 학문이 직업이거나 이를 지향하는 분들, 혹은 오타쿠 등 이런 분들만 가능하다. 적절한 독서량은 한달에 2권정도가 아닐까 싶다. 밖에서 한권, 집에서 한권 각각 한달의 여유를 두고 읽으면 좋을듯 싶다. 그리고 1년정도 장기적으로 읽을 책, 가령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나 <논어> 같은 책을 화장실에 한권 비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나면 20여권을 읽게 되고, 주요 분야에 대한 왠만한 식견이 생긴다. 또한 고전 한두권 읽었기에 교양있는 전문가 소리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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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차 어렵다면 한달에 1권 정도 읽어도 괜찮다. 무조건 곁에 끼고 다니면 한권 정도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일년을 읽으면 대락 12권 정도 가능하다. 교양인이 되기에 충분한 독서량이다. 이 또한 어렵다면, 3개월에 한권도 괜찮다. 혼자 읽기 어려우면, 친구 혹은 연인에게 똑같은 책을 선물하며 같이 읽자고 하면 서로에게 독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손발이 오그라들라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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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내가 살아온 길에 대한 확신만 있으면 독서는 전혀 필요없다. 그냥 계속 그렇게 살면 된다. 독서가 그 확신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독서를 하고 싶은데 도무지 여유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도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다. 독서가 여의치 않으면 독서량이 많은 분의 인강을 듣거나, 그런 친구를 하나즈음 곁에 두고 만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선생 혹은 친구에게 압축된 지식과 지혜를 얻으면 된다. 실제로 인간은 독서 보다는 수다로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본래 인류는 낭독을 통해 책을 같이 읽었다. 최근의 독서, 즉 눈으로 읽는 묵독에 있어 독서의 효용은 정보 획득보다는 책에 비추어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행위에 가깝다.

덧글

  • 신진영 2017/12/11 01:08 # 삭제 답글

    일본인 독서량 일주일에 7권
    한국인 독서량 일주일에 3권
  • tigeryoonz 2017/12/12 14:55 #

    놀랍군요. 그렇게나 많이 보나요? 제 생각엔 1주일이 아니라 1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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